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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대구문화] 리뷰_수성아트피아 국악축제/이현창

[월간 대구문화] 리뷰_수성아트피아 국악축제/이현창 포스터 이미지

수년 전부터 대중가수를 전 국민이 보는 가운데 서바이벌로 오디션 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며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들 프로그램은 지나간 가요의 순위를 역주행시키기도 했고, 다른 가요 프로그램 제작에도 영향을 주어 급기야 우리나라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가수들이 서바이벌로 대결하는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등장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주로 대형 콘서트나 음반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던 내로라하는 가수들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 간에 묘한 자존심 싸움마저 부추겨 관객과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모든 구경 중에 가장 재미있는 구경은 싸움 구경이라고 한다. 특히 고수들 간의 대결은 단순한 구경을 넘어서 그것을 응원하고 몰입하는 상황을 만든다. 옛날 로마의 검투사가 그랬고, 오늘날 많은 스포츠 경기가 그러하다. 노래와 싸움을 묘하게 결합한 것이 바로 이 서바이벌 가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 또는 연주자의 콘서트를 관람하는 것도 좋겠지만 여러 명의 고수가 대결하는 것이야말로 흥미진진하지 않겠는가.

12월 5일부터 7일까지 수성아트피아에서 개최된 ‘국악축제’는 지역 국악계 고수들이 한판 벌인 산조의 경연장이었다. 관객들은 편안히 감상했는지 몰입했는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거기에 출연한 연주자 개개인은 비장한 각오로 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악기별로 묶어서 사흘 동안 세대 간 또는 류파 간의 대결 구도로 프로그램이 짜여 있었다. 먼저 이 연주회의 제의를 흔쾌히 허락한 모든 연주자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특히 아무런 소득이 생기지도 않는 데도 불구하고 후배들의 도전을 흔쾌히 받아준 지역 국악 1세대라 할 수 있는 정미화, 김영순 두 연주자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연주자들의 개성이 잘 드러난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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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지휘자12월 7일 선보인 피리 이승민, 장구 김세진의 무대


첫날 연주는 가야금과 거문고 산조였다. 가야금 연주자로 김유선, 김은주, 정미화가 연주를 펼쳤고, 거문고는 신구의 대결 구도로 신원철과 김영순이 각각 다른 류의 거문고 산조를 연주했다. 둘째 날은 대금과 해금의 순서로 대금은 동아국악콩쿠르 금상을 수상한 20대의 신예 권민창과 30대의 손병두, 올해로 40대에 들어선 박경일이 각각 다른 류파별 산조를 선보였다. 해금에서는 경북도립국악단과 대구시립국악단 단원으로 각각 활동하고 있는 최윤정과 이주영이 40대 중견의 물오른 연주를 선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 날은 아쟁연주자 정선겸과 서은애, 홍민주가 각각 다른 류의 아쟁산조를 맛깔나게 연주했고 피리연주자 김성두와 이승민도 각각 다른 류의 피리 산조로 대결 구도를 이어갔다.

사흘 내내 각각의 연주자가 류파별 산조만 연주한 이 연주회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자칫 프로 연주자들의 억지 경연과도 같아서 콘셉트가 유치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연주에 임하는 모든 연주자들은 더없이 진지했고 관객들이 몰입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도 근래 펼쳐진 국악공연 중 참으로 오랜만에 몰입해서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국악축제에 참가했던 모든 연주자들은 모두가 프로다웠고 각각의 개성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사흘간의 대 경연 중 특히 백미라고 느꼈던 연주는 첫날 세 명의 연주자가 각각의 해석으로 풀어낸 ‘김병호류 가야금산조’였다. 처음 순서로 나섰던 김유선은 안정감으로 산조 전체를 지배하며 능숙하고 완벽한 가락을 구사하였다. 연주 시 입을 앙다문 표정에서 이 연주에 임하는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오히려 그의 연주에서 젊은 패기보다는 노련함을 읽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주자로 나선 김은주의 산조는 늘 그래왔듯 시종일관 자신감이 넘쳤고, 오히려 30대, 40대 시절 그가 보여줬던 산조보다 더욱 에너지가 넘쳤다. 적어도 연주력에 있어서만큼은 그를 넘을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세 연주자 중 제일 선배로서 지역 국악 1세대인 정미화는 전혀 녹슬지 않은 명품 연주로 세련되고 농익은 가락을 구사하며 올해가 회갑이라는 사실을 잊게 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그의 연주는 부드럽고 온화하며 기품이 있다. 같은 류파의 산조라도 각자 해석이 다르리란 것은 예상했으나, 연주 스타일은 나이에 의해 지배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이 세 연주자를 비교해서 우위를 가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프로 연주자이고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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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선보인 가야금 정미화, 장구 이태백의 무대


경연보다는 경의를 표현할만한 무대

흥미로웠던 연주를 하나 더 들자면 마지막 날에 30대의 젊은 연주자 3인이 펼친 아쟁의 향연이었다. 특히 이날은 아쟁의 3대 산조가 각각 다른 연주자에 의해 펼쳐져서 흥미를 더하였다. 먼저 정선겸의 ‘박대성류 아쟁산조’는 일취월장한 그의 실력만큼이나 화려했고, 시종일관 자신감에 찬 그의 산조는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이에 비해 서은애의 ‘박종선류 아쟁 산조’는 부드러우면서도 안정된 특유의 성음이 아주 잘 표현되어 마치 앞선 산조와는 창과 방패를 연상시켰다. 마지막 홍민주가 연주한 ‘김일구류 아쟁산조’는 거친듯하면서도 남도 음악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김일구류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산했다.

이번 사흘간의 국악축제는 국악 전문인의 입장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도 흥미진진했고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퓨전이 대세인 요즘 시대에 산조로만 승부를 걸었다는 것도 용기 있는 일이지만 전통 레퍼토리만을 가지고 의무적인 관람 강요가 아닌 흥미를 유발했다는 데에서 나름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경연에 참가한 연주자들의 수준이나 음악적 완성도에서 합격점을 주고 싶다. 이러한 형태의 연주가 더 확산되고 시리즈로 이어가게 된다면 관객들이 국악에 대한, 특히 전통음악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흥미를 갖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또한 연주자들도 이와 같은 경연 형태의 연주를 통해 스스로의 음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흥행에만 치중하는 오늘날 공연 현실에서 대중성이 약한 국악 기악, 그중에서도 산조라는 소재만을 가지고 모험을 걸어준 수성아트피아의 제작 기획은 칭찬받을 만하다. 또한 총괄 예술감독으로 활약한 배병민의 용기 있는 첫 번째 기획 작품에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국악축제’에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연주자도 함께 참여해서 명실상부한 국악 명품 공연으로 자리 잡아가길 기대한다.



[출처] 리뷰_수성아트피아 국악축제/이현창|작성자 월간 대구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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