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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는 마음으로 만드는 악기 '왕산악국악기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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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는 마음으로 만드는 악기

'왕산악국악기제작소'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의 안식을 주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는 행위일 것이다.

뛰어난 연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음악적 재능도 중요하지만 부단한 노력과 땀이 병행되지 않으면 훌륭한 연주자가 되기는 어렵다.

더불어 연주자 자신과 잘 어우러지는 악기의 유무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감동을 주는 하나의 악기를 만들기 위해 지난하고 세심한 손길을 마다치 않고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는 국악기 제작자 권순기 씨를 만나러

대구 달서구 상인동 끝자락에 있는 왕산악국악기제작소를 방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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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산악국악기제작소 대표 권순기



 

안녕하세요.

왕산악국악기제작소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2008년에 문을 연 왕산악국악기제작소는 가야금, 거문고, 아쟁, 해금을 비롯하여 현악기 위주의 제작을 합니다. 신라의 우륵, 조선의 난계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樂聖) 중 한 분인 고구려의 음악가이자, 거문고를 제작하고 거문고 연주의 대가이신 왕산악 선생님의 성함을 따서 상호를 짓게 되었습니다. 국악전공자가 개업한 첫 번째 국악기 제작소라고도 설명할 수 있겠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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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학교 국악과에서 아쟁을 전공한 권순기 씨는 2004년 졸업 후, 2006년에 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그는 2012년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종합대상 문화부 장관상을 받았을 만큼, 국악기 제작자임과 동시에 연주자로서도 출중한 실력을 겸비하고 있다.


국악(아쟁)을 전공하셨는데, 국악기 제작자의 길로 접어드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원 입학을 하면서부터 악기 제작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아쟁 선율을 주제로 대학원 논문을 작성하려고 하다가, ‘아쟁 제작에 대해 논문을 써 봐도 괜찮겠다. 전공자로서 제작법이나 구조법을 알아두어도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악기 제작이나 구조에 대해 자문하고자 대구에 있는 한국전통국악기의 신재열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이것저것 여쭤보다 보니 직접 악기를 만들어 보고, 네가 판단해서 논문을 써 보는 건 어떻겠니?’ 하셨고, 그래서 체험을 하게 된 거죠. (웃음) 그런데 매력이 있더라고요. 악기 제작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선생님을 2005년부터 거의 1년을 쫓아다녔습니다. 그쯤 되니 기본적인 악기 모양을 낼 수 있게 되었어요. 아쟁을 전공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죠. 대학원 수료를 하면서 선생님 밑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에 선생님이 악기제작소를 차려보라고 권유를 하셔서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08년에 개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왕산악국악기제작소개업 후의 전반적인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개업 후, 2년 동안은 어려운 시절을 보냈습니다. 선생님께 악기 제작 마감을 부탁드리기도 하고 악기를 제작해서 판매한다.’의 개념보다는 선생님에게서 온전히 독립해서 악기 제작과정에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저 스스로 해결하고 제작하는 것을 연습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시기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악기의 외관이 더 중요했고, 악기 모양을 내고 다듬는 것에 집중했어요. 그 시점이 지나가니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저의 힘으로 악기 제작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악기의 외관은 자연스레 갖추어지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더 좋은 소리가 나도록 악기를 제작하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악기를 구매하시는 분들이 조금씩, 조금씩 제작 실력을 인정을 해주시면서 악기 판매가 이루어지게 된 거죠.”

 

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가끔 악기에 몰랐던 부분에 흠집이 있다며 사용하신 악기를 환불을 요구하시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악기의 재료적 특성상 나무의 결을 따라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작을 하다 보니 발생한 일인데 이를 몰라주시는 분들이 간혹 있으시더라고요. 이 외에도 악기를 며칠 사용하시다 보니 싫증이 나셔서 환불을 요구하시는 예도 있습니다. 연습용 악기로 아무리 저렴하게 제작이 된 악기여도 나무를 건조하는 시간만 적어도 1년에서 16개월 정도가 걸립니다. 이 과정을 통해 비, 바람, 눈을 맞히고 나무의 진이 빠져나오는 과정을 통해서 쓸 만한 나무 조각들만 악기로 제작을 하게 되는 거죠. 악기 하나하나 제작자의 노력과 손길이 닿아 있지만 이러한 작업 과정의 가치를 알아봐 주지 않으실 때는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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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연주자로서도 활동하셨기 때문에 국악기 제작자로서 마음가짐이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국악기를 제작하실 때 특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구매자분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합니다. 구매자의 요구사항을 고려하고, 악기를 사용하실 때 불편한 점이나 악기 소리에 관해서 의견을 여쭤보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악기는 각자의 소리 취향이 강하고 다양하다 보니 구매자 즉, 연주자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구매자분들이 쓰시는 악기를 보거나, 이야기를 몇 마디만 나눠봐도 악기 취향이 조금은 파악이 되더라고요.” (웃음)

 

조선시대에 편찬된 악학궤범에 쓰인 대로 악기 제작을 하기에는 연주법이나 연주하는 곡이 많이 변화되어서 그 변화에 맞는 제작법이 필요하다고 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악기 제작을 오래 하신 분들에게서 나오는 연륜의 차이도 있기는 하겠죠. 그렇지만 구매자분들은 악기의 소리와 수준으로 구매를 하시기 때문에, 제작자도 악기의 소리와 수준으로 경쟁하려고 합니다.“

 

국악 연주자와 국악기 제작자 각각의 입장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은?

개인적으로, 연주자의 연주 실력과 제작자의 제작 실력 모두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품가치가 없으면 상품을 찾지 않죠. 최소한의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80~90%는 해내야 사람들이 찾더라고요. 연주자는 감동을 주고 관객으로부터 호응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점과 제작자는 한번 판 악기를 재구매가 이어지도록 한다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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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기 제작의 매력은 어떤 점인가요?

서양 현악기는 국악 현악기에 비해 딱딱한 재질의 나무로 제작이 되어, 정해진 치수대로 악기를 만들었을 때 80~90%의 완성도를 갖춥니다. 국악 현악기의 경우에는 부드러운 나무(주로 오동나무)를 사용합니다. 각각의 나무가 가지고 있는 결에 따라 제작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틀에 맞춰 정해진 방법이 없죠. 그리고 악기 연주자들마다도 선호하는 소리가 다르고 개개인에게 맞는 악기가 다 달라서인지 정해진 답이 없어요. 그게 국악기 제작이 주는 매력이기도 하고요. 알면 알수록, 하면 할수록 더 어려운 것이 국악기 제작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꾸준히 국악기를 제작하시는 원동력이나 이유가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공연장이나 대회장 혹은 밖에서 제가 만든 악기를 사용하고 계신 모습들을 볼 때 뿌듯함과 보람을 느낍니다. 대부분의 부모님이 자식이 아무리 멀리 있어도 내 자식은 한눈에 알아보는 것처럼, 저도 제 악기는 아무리 멀리 있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겠더라고요. 저뿐만이 아니라, 아마 모든 악기 제작자분들이 그러시지 않을까요.” (웃음)

 

악기를 만드는 것은 그냥 제 삶의 일부 같아요. 악기를 제작한 후, 줄을 걸었을 때 좋은 소리가 날 때, 행복합니다. 얼핏 보면 쓰레기 더미 혹은 장작 같아 보이는 재료(나무)를 제가 조금만 손을 대면 작품이 된다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요. 악기 제작자들 눈에만 보이고 알아볼 수 있는 가치인 거죠. (웃음) 제가 나무를 만지는 일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어릴 적부터 목수이셨던 외조부의 영향으로 공방에 익숙했던 점과 대학시절 가구 제작하는 친구들이 많았던 점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이 나무를 만지는 일을 뼛속까지 좋아하기 때문에 10년 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10년 후에도 계속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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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내 전통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모디락 매거진 구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것들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애착 가지고,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왕산악 국악기 제작소 대표 권순기.

그의 바람대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국악기 제작 과정의 가치를 알아보고, 인정하는 그날이 되기를 바란다.

 

 

모디락매거진 편집팀 이기영

 

 

왕산악 국악기 제작소

대구광역시 달서구 상화북로 219-1 (상인동)

문의: 010-4803-4423

블로그: blog.naver.com/0794tns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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